색은 섞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가장 까다로웠던 손잡이 사출 이야기예요.
1. 광택과 튼튼함, 둘 다
손잡이는 매일 손에 쥐는 부분이라 정말 중요했어요. 광택과 색은 좋아야 했고, 동시에 떨어뜨려도 쉽게 깨지지 않을 만큼 튼튼해야 했어요.
둘 다 갖춘 소재를 찾으려고, 합성수지 재료 업체들과 여러 번 만나 상담했어요. 조건에 맞을 만한 재료들의 샘플을 받아, 시험 삼아 직접 찍어보는 '시사출'도 해봤고요. 광택은 살아 있는지, 긁힘에는 강한지, 잘 깨지지 않는지, 색은 잘 나오는지 하나하나 확인했어요. 그렇게 고른 게 폴리카보네이트 계열 수지예요.

2. 녹은 플라스틱이 지나가는 길
안쪽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했어요. 자석이 들어갈 자리, 리벳이 지나갈 구멍, 날이 앉을 자리까지. 녹은 플라스틱이 이 사이사이로 고르게 흘러 들어가야, 겉면에 자국이 남지 않아요. 매끈하고 단순한 겉모양은, 그런 자국 하나도 숨겨주지 않거든요.


3. 레고처럼 맞물리게
지난 편에서 남겨둔 질문, '기둥(보스)' 이야기예요. 이름은 낯설지만 생김새는 단순해요. 손잡이는 플라스틱 두 장을 맞대서 만들어요. 한쪽 안에는 작은 핀이, 다른 쪽에는 그 핀이 들어갈 구멍 난 기둥이 있어서 레고 블록처럼 쏙 끼워지며 두 장이 정확한 자리에 맞물려요.
처음 설계에는 이 기둥이 열두 개였어요. 그런데 기둥이 있는 자리는 플라스틱이 두꺼워져서, 식으면서 반대편 겉면이 살짝 꺼지기 쉬워요. 매끈하게 광택이 나는 면에선 그 작은 꺼짐도 그대로 보이고요. 그래서 꼭 필요한 네 개만 남겼어요. 나머지 자리는 리벳이 단단히 붙잡아 주니까요.


4. 색은 섞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디자이너로 일할 땐 색을 숫자로 섞었어요. 화면은 RGB, 인쇄는 CMYK. 플라스틱도 그렇게 섞으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플라스틱 색은 재료에 맞춰 따로 만든 색 원료로 내야 했고, 색마다 정해진 원료를 골라 써야 했어요. 색을 만드는 업체를 여러 번 찾아가 부탁하고, 찍어보고, 다시 맞췄어요.


그리고 지금, 손잡이 금형을 한 번 더 손보고 있어요. 광택은 더 깊게, 색은 더 선명하게. 배송 안내에서 말씀드린 바로 그 작업이에요.
4곳의 손을 거쳐
날, 리벳, 자석, 손잡이. 네 곳에서 만든 부품을 모아, 마지막 조립은 직접 하고 있어요. 손에 쥐면 한 뼘이 채 안 되는 물건이지만, 네 곳의 손을 거쳐 완성돼요.


만드는 데는 네 곳의 손이 필요했지만,
쓰는 데는 한 손이면 충분하도록요.